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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타독학 정보

기타를 글로 배웠어요 2

켄지 1 1135

  8~90년대 교회는 라이브 음악의 온상이었다. 그 시절에는 그 어디에서도 악기로 연주하는 라이브 음악을 들을 수 있는 곳이 없었다. 드라마에서 보면 술집에서 오부리 밴드를 부르는 장면들을 볼 수 있었는데 술 마시는 곳이니 내가 직접 갈 수는 없었기에 일상에서 밴드 음악을 귀로 직접 듣는 것은 좀처럼 쉬운 일이 아니었다. 그래도 내가 아는 한 유일하게 밴드 음악을 볼 수 있는 곳은 가요톱 텐이었다. 당시 티브이에서는 라이브로 반주를 했었다. 송골매가 나왔고 구창모는 열창을 했다. 티브이 속 세상은 내가 경험해 본 적 없는 삶의 모습들이 아무렇지도 않게 나왔기 때문에 현실같다기 보다는 먼 나라의 이야기처럼 느껴졌다.      


  교회에는 수원역 앞 판 코리아 나이트 클럽에서 베이스를 치던 청년부 형님도 계셨는데 회심하고 교회를 열심히 다니고 계셨다. 철야 예배를 나가면 전도사님, 고등학교 다니던 드럼 치는 형, 베이스 치던 나이트 형님, 그리고 목사님 딸이었던 누나까지 해서 풀 밴드 음악을 들을 수 있었다. 나이트 형님을 제외하고는 모두 고등학생들이었다. 나중에 교회를 옮겨 다른 교회에 갔을 때도 밴드는 학생들이 주축이었다. 다녔던 교회들이 작아서 그럴지도 모른다. 가끔 피아노를 반주하시던 집사님들이 계셨는데 대부분 클래식 기반의 반주라 드럼과 베이스가 들어가는 밴드 음악과 맞출 일이 생기면 약간 이상한 느낌이 들었다. 그 정체가 무엇인지는 정말 나중에야 알게 되었지만 중요한 것은 대부분 작은 교회는 학생들이 반주를 했었다는 것이다. 어디서 제대로 음악을 배우지도 않았는데 서로 알음알음으로 악기들을 배웠고 합주 연습을 두 세시간씩 하고는 했다. 합주 그 자체만으로도 몹시 재밌고 즐거웠다. 그리고 내 인생의 첫 합주가 바로 중학교 1학년 때의 청소년 찬양 축제였던 것이다.     


  어머니는 그 일을 계기로 블루 버스트 색상의 드레드넛 바디의 통기타를 한 대 사주셨다. 체구는 작은데 기타는 너무 컸으며 장력이 조금 센 편이라 평소에 치던 기타와는 다르게 누르기가 쉽지 않았다. 한 술 더 떠서 이걸 메고 서서 쳐야 하는 상황이었다. 집에서 스트랩을 메고 서보니 무언가 균형이 맞지 않아 몹시 볼품이 없었다. 자세도 안 나오고 치는 것도 꽤 어렵게 느껴졌지만 새 기타는 늘 옳지 않은가. 나는 그 기타를 좋아했고 오래도록 쳤다.     


  L형은 그룹의 리더였다. 이 밴드에는 다른 악기 없이 기타만 4대가 들어갔다. L형은 일렉을 쳤고 나와 두 살 차이 형은 나와 함께 통기타를 쳤다. 다른 한 명은 잘 기억이 나지 않지만 의자 없이 좌식으로 앉는 지하 예배실 앞에 넷이 서서 연습을 시작했던 첫 장면은 오래도록 기억에 남았다. 각자 기타를 치며 워밍업을 했다. 나는 다른 형들은 어떻게 치는지 흘깃흘깃 훔쳐보았다. 한 두번씩 멋있는 장면이 나오면 '오 저거 멋있잖어! 나중에 물어봐야지' 궁금증을 계속 쌓아갔다.  


  사실, 기타 넷이 동시에 치는 상황은 한 번도 본 적이 없었다. 일렉기타 한 대, 통기타 세대가 거의 비슷한 걸 치니까 처음 생각으로는 뭔가 낭비같았고 그렇게 하면 안 될것만 같았는데 연습을 해보니 이건 뭐 생각보다 너무 괜찮았고 잘 맞았으며 어떨 때는 꽤나 그럴듯하게 들리기도 했다. 어떤 곡은 중간에 섹션을 넣기도 했는데 그런 리듬은 처음 쳐보았다. 섹션은 전도사님이 즉석에서 넣어보자고 제안한 것이었는데 실제로 넣어보니 다들 익숙하지 않아 엉망진창이었다. 서로서로 실력이 미천한지라 처음에는 잘 맞지 않았지만 몇 번 하면서 조금씩 맞춰지다 보니 정말 그럴듯한 느낌이 들었다. 통기타를 혼자서 치는 것도 충분히 좋았는데 여러 대의 기타가 한데 모여 한 가지 노래를 같은 반주로 치는 것도 좋았다. 그렇게 몇 번을 모여 연습을 했고 청소년 찬양 축제 당일이 되었다.  


  실전은 상상 이상이었는데, 많이 틀렸고 많이 이상했고 생각보다 다리가 너무 후들거렸다. 눈을 뜨고 있지만 악보가 잘 보이지 않았고 하마터면 충실히 연습했던 섹션도 틀릴뻔 했다. 다행히 거의 외울 정도로 연습한 덕분에 몇몇 곳은 무사히 넘어갈 수 있었다. 신나고 우쭐거리고 싶고 긴장되는 복합적인 감정들이 생겨났다. 찬양 시간은 언제 끝났는지도 모르게 끝나버렸다. 전도사님은 특유의 열정을 가지고 학생들에게 설교를 했고 정말 성황리에 찬양축제는 마무리가 되었다. 덕분에 나는 교회에서 공식적으로 기타를 치는 학생이 되었다. 그런데 나는 그날, 내 옆에서 기타를 쳤던 형이 악보가 없으면 기타를 못 친다는 사실을 알게 되었을 때 진짜 큰 충격을 받았다.    

1 Comments
별맛콜라 2022.08.16 23:44  
실전은 상상 이상이었는데, 많이 틀렸고 많이 이상했고 생각보다 다리가 후들거렸다.눈을 뜨고 있지만 악보가 보이지 않았고......

ㅋㅋㅋ 저도 처음 사람들 앞에 서서 기타칠때 너무너무 공감이 가는 내용입니다. 저는 호흡곤란까지 왔었어요.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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