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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타독학 정보

기타를 글로 배웠어요 1

켄지 2 1913

  노방전도라는 게 있다. 길거리에서 예수님을 전도하는 일을 말하는 것인데 지나가는 사람에게 말을 걸기도 하고 인도 가장자리에 서서 기타를 치고 노래를 부르기도 한다. 초등학교와 중학교 사이에 다녔던 교회는 상가 건물의 지하와 2층을 사용하고 있었다. 주일 오전에 예배가 끝나면 점심시간쯤 되었는데, 그때 모든 교인들이 우르르 쏟아져 나와 교회 주변을 돌아다니며 길거리에서 전도를 했다. 삼삼오오 전도지를 들고 돌아다니며 보이는 사람들에게 예수님 믿으라고 전도를 했다. 지금은 많이 줄기는 했지만 8-90년도 당시 교회들은 이런 방식의 전도를 많이 했다. 물론 나같은 뺀질이는 전도지만 들고 교회 친구들과 이리저리 돌아다니면서 도망치기 바빴다. 버스 정류장 주변에서는 사람들이 서서 노래를 불렀다. 가장 많이 불렀던 곡은 "예수 믿으세요."다. 그 때 기타로 반주를 했던  L형이었는데 전도사님 다음으로 교회에서 기타를 가장 잘 쳤다. 그 형은 고등학생이었고 멋지게 생긴 일렉기타를 가지고 다녔다.  


  어김없이 그날도 예수 믿으세요를 치고 있던 L형은 노래 중간에 느닷없이 듣도 보도 못한 코드를 잡았다. A 코드, D 코드,  E 코드로만 구성된 단순한 곡인데 중간에 모르는 코드를 하나 넣었더니 곡이 그렇게 멋있어질 수가 없었다. 나는 그 코드가 무엇인지 너무나도 궁금했다. 길거리 중간에 서서 기타를 치던 그 형의 손놀림을 하나라도 놓치고 싶지 않아 코드 모양을 유심히 보고 외웠다. 하지만 집에와서 쳐보려 했지만 이미 잊은 후였다. 나중에 알고 보니 그 코드는 F#m 코드였다. 그때는 코드 하나하나 주워서 배웠고 교재를 펼쳐 코드 모양을 하나하나 잡아보았다. 처음에는 이런식으로 기타를 배웠다.  


  집에는 어머니가 사두신 클래식기타와 기타 교재가 있어서 나는 밖에서 놀다가 들어와 널부러져 있는 기타를 가끔 만지작거렸다. 어머니는 내가 아주 어렸을 적부터 기타를 쳐 주셨다. 집에서 기타를 치며 함께 노래를 부르기도 했고 이것은 생각보다 내 음악 정서에 많은 영향을 미쳤다. 그래서 나도 모르게 어느 날 기타를 잡아보고 기타를 튕겨보게 된 건 아닐까. 물론 처음 잡았을 때 기타는 생각했던 것과는 다르게 소리가 잘 나지 않았다. 어른들은 이걸 도대체 어떻게 치는 걸까 의아했다. 그러거나 말거나 기타 교재를 펼쳐 첫 챕터에 나온 A 코드와 D 코드와 G 코드를 여러 번 잡아보고 잘 안 되길래 옆집 병호와 딱지치기를 하러 나갔다. 다음날, 그 다음날에도 이것저것 쳐보다가 팽개치고 나가 놀기를 반복했다.  


  클래식 기타는 초등학생의 손으로 코드를 누르기에는 너무 컸기 때문에 위, 아래로 넓게 벌리는 G 코드의 경우에는 1번줄을 누른 상태에서 6번줄까지 손가락이 닿지도 않았다. 코드를 다 누를 수 없어서 원래 코드에서 아랫 줄(1, 2, 3번 줄) 부근에 위치한 자리만 누르는 식으로 코드 모양을 외웠다. 아래 몇 줄만 살살 쳐보면서 기타에서 나오는 소리를 들어보니 아 글쎄 절반만 쳐도 화음이 얼추 나오는 것이었다. 뛸 듯이 기뻐 G 코드도 C 코드도 밑에 부분만 대충 잡아서 치며 코드의 모양을 하나씩 외워보았다. 물론 반쪽짜리라 제대로 치면 음이 모두 이상해졌지만 뭐라 할 사람도 없으니 아무렇게나 신나게 연습을 했다.  


  비슷한 시기에 어머니는 나에게 야마하 psr-47이라는 키보드를 한 대 사 주셨다. 그렇지만 나는 피아노에는 그다지 관심이 없었다. 그래도 이렇게 저렇게 건반을 쳐보고 키보드 속에 들어있는 악기 소리들을 만지작 거리며 자동으로 녹음되어있는 반주라든지 데모 음악들을 틀어놓고 장난치듯 따라 해보는 게 재미있었다. 막상 피아노는 나에게 감각적이지 않았다. 중학교 때는 피아노를 배워보기도 했으나 악보를 보는 것도 음을 손가락으로 연주하는 것도 전혀 나아지지를 않았다. 매일 다니는 길이지만 항상 모르는 길을 다니는 것처럼 피아노는 생소했다. 피아노 학원을 6개월 다녔고 곧 그만두었다.  


  피아노와는 점차 소원해졌지만 기타는 일주일에 하나, 한 달에 하나씩 배워나가던 코드에 정이 붙기 시작했다. 어떤 음인지는 몰라도 위치와 간격의 모양으로 코드 치면 예쁜 화음이 나와서 나는 그게 좋았다. 그리고 기타는 생각보다 빠르게 익힐 수 있었다. 그렇다고는 해도 잘 치는 건 아니어서 L형처럼 교회에서 반주를 할 실력이 되려면 한참 멀었다.    당시에는 '찬미예수'라는 걸출한 악보집이 있었는데 나는 거기있는 노래들을 하나씩 연습하며 노래를 불렀다. 아주 희미하게라도 되는 것 같다고 생각되는 곡은 제목 옆에 쓰여있는 번호에 동그라미를 쳐 두었다. 그때 노래들은 1도, 4도, 5도로만 구성된 곡이 많아 A key나 G key, D key 곡은 어렵지 않게 쳐볼 수 있었다. 소리를 어떻게 냈는지는 잘 기억나지 않지만, 분명 엉망진창이었을거다. 그래도 나라는 어린이가 기타로 노래 반주를 칠 수 있다는 것은 굉장히 고무적인 일이었다.  


  그렇게 하루하루 지나가고 있었는데 어느 날 전도사님이 교회에서 진행하는 청소년 찬양 축제에 기타를 쳐주지 않겠느냐고 요청을 하셨다. 그때가 중학교 1학년이었다.  

2 Comments
환골탈태 2022.09.07 14:16  
이 글을 읽으니 이 노래가 생각이 나네요
"E메이져를 치면" ..
F#m를 치면 왜 그녀의 집으로 가던 육교가 생각이 날까?.... ㅎㅎ
https://www.youtube.com/watch?v=Tpr8VarjZgs
켄지 2022.09.12 22:27  
이런 노래가! ㅋㅋㅋ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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